나도 나이를 먹긴 먹나보다. 단순히 숫자가 하나씩 더해지거나 얼굴에 나이가 묻어나거나 삼촌소리를 자주 듣게 되서가 아니라 사리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서 알게 모르게 현명한 선택이 무엇인지 알아가고, 또 분별력을 길러야 한다는 의무 내지는 사명감이 더해가서 말이다. 나는 현명한 사람은 아니지만 현명한 사람이고 싶고, 하루하루 성숙해가고 싶다.
오늘도 역시 어린 시절을 떠올려본다. 초등학교 때 학습지에 머리가 넓적한 못의 가로와 세로 중에 어디가 기냐고 묻는 문제가 있었다. 그때는 당연히 못의 세로가 길다고 생각했지만 결론은 가로 세로 모두 5cm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없는 생각이었다.
나는 지금 딱 그 정도 분별력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성숙하는 것은 나이를 먹어갈수록 가속도가 붙는 듯이 보인다. 그래서 나는 요 몇 년간 빨리 나이가 먹고 싶다고 바라고 있었다.
분별력과 감성은 어쩌면 반비례 일지도 모르겠다. 초등학교 6학년, 나는 졸업앨범은 신청을 했지만 수학여행은 신청을 하지 않았었다.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집 사정에 수학여행은 가당치도 않다고 생각했다. 며칠 후 오후 10시, 안방에 네 가족이 옹기종기 누워서 불을 끄고 드라마를 보고 있을 때 엄마가 말했었다. 수학여행 왜 신청 안했냐고. 엄마 아빠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돈 신경쓰지 말라고. 혼자서 숨죽여 눈물을 흘리던 기억. 지금의 나를 보면 꿈도 못 꿀 그때의 그 모습.
현명해지자. 감성적인 사람이 되자. 참으로 추상적이고 상반되는 두 가지 이야기지만 인간적인 모습에 대한 나의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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