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 society/Longstading question

터키와 EU, 그 갈등의 골

이탄희 2008. 10. 13. 19:04

  지난 2004년 5월, 유럽연합은 기존의 15개의 회원국에 동구권의 10개국을 추가함으로써 유례없는 몸집을 지니게 되었다. 이것을 당시 '빅뱅'이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을 정도로 신기원을 이루는 일이었다. 그 이후 2007년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를 회원국으로 들이며 현재는 27개의 회원국을 지니고 있으며 그 영향력은 국제 정치와 경제 전반에 걸쳐 막대히 작용하게 되었고 미연방과 유일하게 맞불을 놓을 수 있는 거대기구가 되었다. 유럽연합이라는 한 배에 탐으로써 유럽 내의 크고 작은 전쟁을 불식시키고 경제적인 공동 번영을 꿈꾸고자 하는 크로아티아, 우크라이나, 등 수많은 비회원국들이 가입을 희망하고 있으며, 심지어 이슬람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터키와 아프리카의 모로코, 카스피 해 연안의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등의 나라도 자신들을 유럽인이라 자처하며 회원국이 되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유럽연합 내부에서도, 유럽연합의 더한 대륙적 결성으로 갈등을 해소하고 그 영향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는 한 축과 회원 희망국들의 경쟁력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또 다른 축으로 나뉘어 논쟁의 극간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희망국들의 GDP는 회원국들의 GDP의 40% 정도 수준이다. 또 회원국 수가 불어나고 나면 이를 실질적으로 통합하고 대외적으로 미연방에 대항해 정치적 무게를 무겁게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에 그 귀추를 치우치는데 신중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터키는 2003년 국가 경제력 미약과 종교적 문제, 국가 간의 갈등을 이유로 가입 신청이 불허 되었다. 하지만 그 내부에는 강대국들의 영향력도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터키의 인구수와 인구 증가율을 따져볼 때 2020년이 되면 유럽연합의회에서 최다 의원수를 지니고 있는 독일의 인구수를 추월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독일은 인구의 비율로 각 국가에 배정되는 각종 수혜의 비중을 터키에 내주게 된다. 특히 터키 대부분의 국토는 도시화가 아직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국민 대부분이 농민이다. 이로 인해 터키는 유럽연합에서 지원이 나오는 농업보조금도 많이 챙겨가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문제되는 것이 종교적 차이이다. 미국은 이슬람권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터키가 유럽연합에 가입하기를 원하는 눈치이다. 민주주의의 실현과 인권 확립을 위한 기구라고 말하는 유럽연합에 터키를 가입시켜, 이슬람국가의 교두보 역할을 하게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EU 내에서 반 이슬람 여론이 확산되고 있어 가입의 어려움을 안고 있다.

  터키와 키프러스와의 갈등도 주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이 두 국가의 분쟁을 역사적 배경을 띄고 있는 만큼 그 갈등의 골이 깊다. 키프러스는 본디 그리스계인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나 16세기, 터키의 전신격인 오스만 튀르크가 키프러스를 정복해 자신들의 영토임을 선포하고 많은 무슬림들이 키프러스로 이주했고 18세기 전반까지 융화적인 시대를 이어갔다. 하지만 18세기 후반이 되자 그리스계의 키프러스인 들이 자주 반란을 일으켰고 19세기 초 독립에 성공하며 그리스 본토와의 합체를 원하는 운동이 계속됐다. 키프러스는 영국의 식민지를 거치며 계속되는 운동으로 1960년 결국 공화국으로 독립을 하지만 약 77%의 그리스계인과 18%의 터키계인 사이에서 계속되는 무력적인 충돌이 발생하자 그리스와 터키가 서로 자신의 동족이라 두둔하며 개입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터키는 군대를 파견해 정전 라인을 그어 북쪽은 터키계, 남쪽은 그리스계가 장악하고 이듬해 북부 지방은 ‘터키 키프러스 연방 공화국’을 수립한다.

  현재 남 키프러스 공화국만이 EU에 가입하고 있으며, 북 키프러스는 터키에 의해서만 인정이 되고 있다. 유럽연합의 확대 이후 유럽의회 선거에서 키프러스는 동구권 최고 수준인 71%의 투표율을 기록하는 등 EU에 신임을 얻고 있다. 터키는 키프러스를 인정할 경우 군대 파견이 정당치 못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고 만다. 하지만 인정하지 않을 경우 EU 가입에 걸림돌로 작용하게 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2004년 남북 통합에 대한 국민 투표에서 북 키프러스는 약 65%가 통합에 찬성한 반면, 남 키프러스는 약 76%가 반대표를 던짐으로써 통합 안이 무산되기도 하는 등 남북 키프러스, 터키와 그리스,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 문제는 앞으로도 난항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